21대 총선, 유권자의 표는 얼마나 버려졌나?
지난 4월 치러진 21대 총선은 만18세 선거연령 하향으로 인한 새로운 유권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새로운 선거제도, 비례대표 의석 확보용 위성정당의 출현,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1992년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이라는 특징을 보였습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21대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21대 총선, 유권자 지지와 국회 의석 배분 현황 이슈리포트>를 발행했습니다.
투표했으나 선거에 반영되지 않고 버려진 유권자의 표(사표, 死票)의 현황과
득표율에 비례하여 의석수가 배분되었는지 보는 ‘비례성’에 주목했습니다.
3줄 요약
- 사표율 낮아졌으나 불비례성 커진 총선결과
- 사표율 50.32%→ 43.73%, 갤러거지수 6.58 →12.02로 나타나
- 선거제도 개혁위해 유권자가 직접 참여하는 공론의장 필요
지역구 선거에서 1등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의 특성 상, 1등이 아닌 후보자를 선택한 유권자의 표는 버려집니다. 참여연대 분석 결과, 21대 총선에서 버려진 유권자의 사표(死票) 비율은 43.73%로, 20대 총선 사표 비율(50.32%)에 비해 6.59%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실제 사표수를 살펴보면 21대 총선에서 20대 총선에 비해 309,002표가 증가했습니다.
[표1] 역대 총선, 전체 사표 비율
투표수 | 사표 | 사표 비율(%) | |
21대 총선 | 28,741,408 | 12,567,432 | 43.73 |
20대 총선 | 24,360,756 | 12,258,430 | 50.32 |
19대 총선 | 21,792,851 | 10,120,550 | 46.44 |
18대 총선 | 17,212,690 | 8,105,059 | 47.09 |
17대 총선 | 21,263,745 | 10,629,856 | 49.99 |
20대 총선에 비해 21대 총선 지역구 선거인수는 2백 1십만여명 증가했고, 높은 투표율로 인해 투표수도 4백 3십만여명 증가했으나, 선거인수 대비 당선자 득표율은 36.76%로 여전히 약 63%의 유권자는 정치적 대표를 갖지 못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표2] 20대, 21대 총선 지역구 당선자 득표 비율
지역구 선거인수 | 투표수 | 당선자 득표수 | 선거인수 대비 당선자 득표율(%) | 투표수 대비 당선자 득표율(%) | |
21대 총선(a) | 43,994,247 | 28,741,408 | 16,173,976 | 36.76 | 56.27 |
20대 총선(b) | 41,893,936 | 24,360,756 | 11,760,979 | 28.07 | 48.28 |
차이(a-b) | 2,100,311 | 4,380,652 | 4,412,997 | 8.69 | 8.00 |
21대 총선결과 사표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강원(49.31%), 울산(48.67%), 충남(47.29%), 충북(46.81%) 순입니다.
[표3] 21대 총선, 사표 비율 상위 5개 지역 (전체 지역별 사표비율은 이슈리포트 원문 참조)
투표수 | 사표 | 사표 비율(%) | |
강원 | 874,191 | 431,099 | 49.31 |
울산 | 654,328 | 318,452 | 48.67 |
충남 | 1,112,137 | 525,891 | 47.29 |
충북 | 865,855 | 405,265 | 46.81 |
제주 | 348,444 | 161,918 | 46.47 |
선거구별로 살펴보면, 총 5명의 후보자가 출마한 울산 동구의 사표 비율은 60.92%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당선자인 미래통합당 권명호 후보의 득표수보다 낙선한 더불어민주당, 민주당, 국가혁명배당금당, 노동당 후보 득표수의 합이 약 1.5배에 달합니다. 4명의 후보자가 출마한 대구 수성구을 60.80%, 경기 고양시갑이 60.05%로 뒤를 이었고 5명의 후보자가 출마한 인천 동구미추홀구을 58.66%, 6명의 후보자가 출마한 강원 강릉시는 58.49%의 사표 비율을 보였습니다.
[표4] 21대 총선, 선거구별 사표 비율 상위 5개 지역
투표수 | 사표 | 사표 비율(%) | 후보자 수 | |
울산 동구 | 89,256 | 54,373 | 60.92 | 5명 |
대구 수성구을 | 105,066 | 63,880 | 60.80 | 4명 |
경기 고양시갑 | 144,830 | 86,975 | 60.05 | 4명 |
인천 동구미추홀구을 | 115,979 | 68,035 | 58.66 | 5명 |
강원 강릉시 | 122,855 | 71,856 | 58.49 | 6명 |
가장 낮은 사표비율을 보인 지역은 23.76%을 기록한 광주입니다. 낮은 사표비율을 보인 선거구는 5명의 후보자가 출마한 광주 광산구을 15.68%, 전남 담양군함평군영광군장성군 17.59%, 광주 서구갑은 17.61%의 사표비율을 기록했습니다.
[표5] 21대 총선, 선거구별 사표 비율 하위 3개 지역
투표수 | 사표 | 사표 비율(%) | 후보자 수 | |
광주 광산구을 | 117,137 | 18,364 | 15.68 | 5명 |
전남 담양군함평군영광군장성군 | 108,051 | 19,001 | 17.59 | 5명 |
광주 서구갑 | 85,304 | 15,023 | 17.61 | 5명 |
정당 지지율과 의석 배분이 비례하는지, 즉 비례성을 확인하기 위해 갤러거 지수(Gallagher Index)를 인용하여 비교했습니다. 갤러거 지수는 0~100의 구간으로 나누고, 지수가 ‘0’에서 멀어질수록 비례성이 떨어지는, 즉 불비례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유권자의 표심이 선거에 얼마나 반영되는지 수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선거제도 비교연구를 위해 사용됩니다. 특히 2016년 캐나다 하원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캐나다 민주주의 강화’ 리포트에서 갤러거 지수 5 또는 그 이하의 선거제도 설계를 권고하는 등 공신력 있는 지수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갤러거 지수로 살펴본 21대 총선 불비례성은 지역구 선거에서 12.02, 비례대표 선거에서 6.72를 기록했습니다. 20대 선거의 6.58(지역구), 5.61(비례대표)에 비해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정당 지지율대로 의석수가 배분되지 않는 높은 불비례성은 1등 승자독식 소선거구제의 한계, 위성정당의 출현으로 왜곡된 선거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표6] 19대~21대 선거 갤러거 지수
지역구 | 비례대표 | |
19대 | 9.37 | 4.75 |
20대 | 6.58 | 5.61 |
21대 | 12.02 | 6.72 |
참고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시행하는 독일의 갤러거 지수는 1.95(2017년), 독일 사례를 도입한 뉴질랜드(2017년)는 2.73입니다. 다만, 갤러거 지수만으로 비교할 것이 아니라 각 국의 선거제도, 인구수, 정치적 환경 등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20대 국회는 준연동형비례제를 도입하는 등 선거제도를 바꿨으나 21대 총선 결과는 불비례성이 커져 악화되었습니다.
유권자 표의 등가성, 대표성, 비례성을 중심으로 선거제도 개혁이 논의되어야 하나, 정당간의 유불리로 번번히 왜곡되었기 때문입니다. 유권자의 민의를 온전히 반영하는 선거제도와 국회 구성을 위해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최소 2 대 1 수준으로 낮추고 비례대표 의석 확대, 연동비율 상향 등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아울러 민심을 왜곡하고 위헌적인 위성정당의 출현을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합니다. 또한 국회는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방패로 삼을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논의해 나가야 합니다.
참여연대는 적정 국회의원 정수, 정수를 정하는 바람직한 기준, 비례대표의 규모 등 선거제도에 대해 유권자가 직접 토론하고 개혁의 방향을 정할 수 있도록 유권자 공론조사를 실시하거나 숙의토론의 장을 마련할 것을 국회에 제안합니다.
유권자는 선거의 들러리도, 구경꾼도 아닙니다.
선거제도는 유권자의 정치적 기본권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그 동안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서 유권자의 의견 수렴 과정은 사실상 없었습니다. 20대 국회의 선거제도 개혁 논의 과정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국회의원들의 밥그릇 싸움이 되지 않도록 유권자들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의원 선출 방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필수적으로 거치고, 숙의민주주의 방식의 공론의 장을 만들어 선거제도 개혁 방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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