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의회민주주의 훼손을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의회민주주의 훼손을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주장] 국회는 민주적 절차를 지켜 입법적 정당성 확보해야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민선영 간사
‘위성정당’ 반성하며 정치개혁 하겠다더니
2019년 말, 국회는 왜곡된 표심을 바로잡고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제도를 만들겠다며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겨우겨우 통과시켰습니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이에 거세게 반발하며 위성정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었지요. 21대 총선이 다가오자,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창당했습니다. 이에 질세라 선거제 개혁안 논의에 앞장섰던 더불어민주당 또한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전략이라며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했습니다. 이에 선거제 개혁을 요구했던 학계와 시민사회는 정당 민주주의를 형해화하고 있다며 거센 비판을 하기도 했지요. 그리고 2022년에 이르러 대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은 위성정당 창당에 사과하며 정치개혁을 약속했습니다.
‘위성정당’에 이은 ‘위장탈당’은 묘수가 아니라 악수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을 하겠다며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본격적인 입법절차에 돌입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에도 ‘어쩔 수 없는’ 전략이라며 두 가지 꼼수를 사용했습니다. 첫째, 법제사법위원회에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 사임 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던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보임하도록 하고, 둘째, 양향자 의원이 법안 처리에 반대 의견을 밝히자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을 (형식은 자진 탈당이지만) 탈당시켜 무소속 몫 안건조정위원으로 배치를 시도해 법안 처리를 강행하려 한 것입니다.
안건조정위원회는 국회가 2012년에 개정한 국회법을 통해 도입되었습니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내지는 ‘몸싸움방지법’이라고도 하죠. 갈등이 첨예한 쟁점 법안의 경우, 여야 동수로 위원회를 구성해 90일 간 숙의를 거쳐 합의에 이르도록 하는 데에 목적이 있습니다. 소수 야당의 의견을 포함할 수 있도록 어느 교섭단체에도 속하지 않는 위원을 포함하도록 했죠. 이러한 국회법 입법 취지마저 무력화하기 위한 탈당 꼼수는 의회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시도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적 입법 절차 무력화 시도, 반복되어선 안 돼
‘어쩔 수 없는’ 방법이라며 위성정당을 창당하고 유권자에게 다시 한 번 선택해달라 호소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에도 이번 회기에 처리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며 지역구 의원을 탈당시켰습니다. 물론, 검찰개혁의 불씨는 꺼져서 안 됩니다. 동시에 검찰개혁을 위한 관련 법 개정 논의는 계속해서 이어져야 합니다. 다만 법을 처리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의무이며 그 법을 적용받는 국민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이해를 구하고 민주적 절차를 밟아 입법해야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불어민주당의 꼼수는 검찰개혁이라는 대의가 있더라도, 제도적 변칙을 서슴치 않고 입법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행태로서 비판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회는 민주적 절차를 지켜 입법적 정당성 확보해야
국회의장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중재안을 제시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도 각각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이달말 합의 처리를 약속했습니다. 동시에 여야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앞으로 이어질 국회 논의 과정에서 위장탈당과 같은 꼼수로 의회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은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많은 국민은 이미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는 입장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이 대의라는 명분으로 의회민주주의를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절차적 정당성을 지켜 입법안을 마련한 뒤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해야 합니다. ‘어쩔 수 없다’는 변명에 더 이상 속을 국민들은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국회가 지켜야 하는 것은, 입법 과정에 있어서 민주적 정당성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입니다.
*본 칼럼은 오마이뉴스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