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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eb 15, 2022

매주 월요일 유권자들의 대선 수다, 유권자의 스케치북

 

대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선거와 관련된 어떤 이야기를 듣고 계신가요? 후보자의 말이나 의혹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정책과 무관하거나, 무분별한 의혹 제기 기사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한국사회의 미래를 결정짓는 선거, 대선을 앞두고 과연 무엇을 검증해야 하는지, 유권자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게임의 룰은 문제가 없는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꼼꼼히 파헤쳐보는 대선 <유권자의 스케치북(유스케)>을 연재합니다.

<유권자의 스케치북(유스케)> 연재 종합 페이지 바로가기 > https://bit.ly/유권자의스케치북 

 

대선과 권력구조 개헌: ‘4년 연임 대통령제’의 안착을 위한 조건들

 

이선우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제20대 대통령선거가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이 시점에 어쩔 수 없이 다시금 헌법 개정, 즉 개헌을 생각하게 된다. 마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필두로 권력구조 개편 논의에 불이 지펴지는 양상이기도 하다. 사실 민주화 이후의 대선들은 대체로 이제는 수명이 다한 것으로 치부되곤 하는 ‘1987년 헌법’의 개정을 향한 기대를 강하게 수반해왔다. 특히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를 둘러싸고 반복적으로 제기됐던 문제의식과 이의 개혁을 향한 공중의 요청은 여전히 꽤 뚜렷해 보인다.

 

그 가운데서도 대통령제 자체에 대한 회의론자들은 개헌을 통해 현행 대통령제를 준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 또는 의회제(내각제)적 정부형태로 전환해야 한단 입장을 계속 피력해왔다. 하지만 그간의 개헌 논의들 속에선 현행 대통령제를 유지하자는 입장이 항상 의회제나 준대통령제 등 여타의 권력구조로 전환하자는 쪽보다 더 높은 지지를 받았다. 따라서 향후 설사 개헌이 추진된다 해도,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이 그러했듯이, 대통령제 이외의 권력구조로의 전면적 전환이 추진될 여지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만큼, 정치학자로서 필자 역시 꼭 대통령제의 존치가 최선의 대안일지 이론적으론 확신하기 어려우나, 다른 권력구조보다는 대통령제를 중심으로 개헌의 방향성을 고민해보는 편이 현 시점에서도 비교적 현실적일 것으로 사료된다. 현재 대통령제를 수정하는 개헌의 방향은 크게 ‘분권형 대통령제’와 ‘4년 연임 대통령제’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비록 각 시기별로 선거전망에 따라 가변성이 작지 않지만, 현재도 그러하듯 전자의 경우는 주로 현직 대통령을 견제하고자 하는 야당 측으로부터, 후자의 경우는 정권의 안정적 지속을 바라는 여당 측으로부터 선호될 개연성이 더 컸다.

 

‘분권형 대통령제’의 논리

 

주지하듯, 지금까지 제안되어온 ‘분권형 대통령제’는 프랑스식 준대통령제처럼 의회 측에 내각에 대한 불신임권을 허용하는 수준까진 아니나, 총리에게 상당한 집행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대통령으로의 권력집중을 견제하는 것을 그 핵심으로 한다. 현행 헌법상 총리는 대통령의 의지를 사실상 그대로 따르는 ‘대독총리’ 혹은 ‘방탄총리’란 오명을 자주 들어왔고, 이는 실질적 책임총리제 실천에 대한 요구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하는 입장에선, 대통령이 총리를 지명하고 국회가 이를 인준하는 현행 방식과 달리, 국회가 총리후보자를 먼저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바꿀 것을 제안해왔다. 국회가 주도해 추천한 만큼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부터 비롯된 전형적 발상인 셈이다.

 

물론 이는 현재 국민의힘 측 윤석열 후보가 공약하고 있는, 개헌이 전제되지 않은 책임장관제 혹은 책임총리제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개헌이 전제되지 않을 시 책임총리제나 책임장관제를 통해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하고자 하더라도, 대통령 본인의 의지에 따라 그 운영이 언제든 중단될 수 있는바 권력구조상의 근본적 변화를 만들어내긴 어렵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이해찬 총리의 경우를 책임총리제의 전형으로 보기도 하나, 이는 두 사람만의 특수한 관계 등 비제도적 요인들로부터 기인했던 매우 예외적인 사례일 뿐이다. 따라서 전형적인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론자들은 행정부 구성에 있어 국회가 총리추천을 비롯해 지금보다 훨씬 강한 제도적 주도권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제란 행정부 운영에 대한 최종적 책임소재가 명백히 대통령한테 주어지는 권력구조인 만큼, 아예 준대통령제로 변경한다면 모를까,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국회에 헌법상 총리추천권 등을 부여하는 것은 본 권력구조의 작동원리와 배치되는 측면이 작지 않다. 물론 국회로선, 특히 야당 다수일 시, 총리추천을 통해 준대통령제와 유사한 효과를 기하고 싶겠으나, 내각불신임권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국회의 총리추천권은 그 목적과 달리 분권 효과는 별반 보지 못한 채 오히려 국회와 대통령 사이의 비생산적 충돌의 여지만 키우는 제도적 부조응성을 낳게 될 공산이 더 크다.

 

‘4년 연임 대통령제’와 선거주기, 그리고 대통령의 인사권

 

한편, 현재 이재명 후보가 주장하고 있는 ‘4년 연임 대통령제’ 개헌의 경우, 물론 이 선택지 속에서도 대통령과 총리 간 권력분할 등을 포함할 수 없는 것은 아니나, 이보다는 현직 대통령의 재출마를 가능토록 해 국민들로 하여금 그 또는 그녀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끔 해주는 한편, 행정부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공히 높이는 데 더 주안점을 두고 있다. 즉 대통령제의 원형이라 할 수 있을 미국식 모델에 최대한 근접하게끔 현행 권력구조를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비록 현재는 미국 역시 정치적 양극화로 인해 그리 잘 작동하고 있다고 보기 힘드나, 미국은 실제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도 대화와 타협에 입각한 협치의 정치문화를 잘 유지했던 경험이 있는 사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4년 연임 대통령제’의 경우, 제도적으로 매우 잘 설계되지 않을 시 현행 한국 대통령제의 문제점들은 그대로 남겨둔 채 ‘제왕적’ 대통령의 임기연장만을 추가로 허용하는 악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우선, 대통령제의 가장 주요한 약점 가운데 하나로 그간 분점정부 혹은 여소야대의 잦은 출현이 지적돼왔는데, 적잖은 경우 이를 해소한단 목표하에 대선과 국회의원선거의 주기를 인위적으로 맞추려는 제도적 변화를 추구하곤 한다. 하지만 분점정부 상황이야말로 역설적으로 대통령제의 운영철학과 직결된 견제와 균형의 핵심 기제로도 해석될 수 있는 만큼, 본 권력구조의 정상적 작동이 뜻하는 바 또한 국회와 대통령이 여소야대 상황을 극복하고 협치에 기여할 수 있게끔 유인할 수 있음이라야 타당할 것이다. 따라서 개헌을 통해 전형적인 ‘4년 연임 대통령제’로의 권력구조 변화를 추진한다 하더라도 대선과 총선 간 주기의 일치를 꾀하는 것은 가급적 회피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도, 한국 대통령제의 경우,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해 근본적 변화를 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특히 대통령이 지금처럼 검찰총장을 비롯해 그 밖의 법률로 정한 공무원의 임면을 자유로이 할 수 있도록 그냥 허용해둘 시, 그 또는 그녀로 하여금 임기 중에는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다 임기 말에는 극심한 ‘레임덕’에 시달리도록 만들어온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관료집단 및 권력기관에 대한 인사권이 대통령에게 집중돼있는 한 임기에 따른 이들 구성원의 충성과 이탈이란 전략적 행동 패턴은 완화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는 재선을 지상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을 대통령의 첫 임기 동안 관료집단 및 권력기관들이 과연 정치적 중립성을 철저히 지켜낼 수 있을지에 관해서도 상당한 우려를 자아낸다.

 

따라서 개헌을 통해 ‘4년 연임 대통령제’를 안착시키면서도 분권화 효과까지 기하려면, 국정원장을 제외한 3개 권력기관장, 즉 경찰청장, 검찰총장, 국세청장과 감사원장의 추천권까지도 모두 국회로 이관하는 방안을 우선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도변화야말로, 국회에 총리추천권을 부여하는 것과 달리, 행정부와 의회 간 불필요한 충돌은 최소화하면서도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축소하는 데 있어 훨씬 합리적인 방안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감사원 외에 경찰, 검찰, 국세청 등 세 기관들이 모두 행정부 각 부처의 외청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에 국회가 이들 기관장에 대해 추천권을 행사하는 것이 법형식상으론 적절치 않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헌법에 이를 새로이 명시한 후 여야 합의를 전제로 국회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그 수장들을 임명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이러한 논란을 피하면서도 본 권력기관들의 실질적 중립성을 유도해내는 데 적잖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통령제 성공을 위한 필수조건으로서의 강한 국회

 

나아가, 필자가 몇 년 전 문 대통령의 개헌안에 대한 한 논평에서도 강조하였듯, 대선 과정에서 개헌 논의가 더 본격화되고 ‘4년 연임 대통령제’가 다시금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할 시, 새 헌법상의 권력구조적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선 국회의 위상 및 기능의 대대적 강화가 명시되어야 함을 당부하고자 한다. 대통령제란, 의회와 행정부가 각기 독립적으로 구성되고 서로의 존폐에 영향을 미칠 수 없게끔 강제함으로써 권력의 분립을 지향하는 만큼이나, 의회로 하여금 입법을 책임지고 행정부를 향해 효과적 견제를 행할 수 있도록 대단히 균형감 있게 설계돼야만 하기 때문이다. 즉 대통령제일수록 오히려 의회의 강화가 필수적인 셈이다. 이를테면, 문 대통령의 2018년 개헌안처럼 정부가 계속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허용할 시 그 요건을 좀 더 강화하고, 나아가 행정부의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사후적 통제 역시 보다 실질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전술한 감사원장의 단순 추천권을 넘어 감사원의 국회 이관까지 원점에서부터 다시 고민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 국회에 부여된 권한들이 상대적으로 꼭 적다고만 보긴 힘들다. 문제는 입법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비대한 행정부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기엔 그 인적·물적 자원들이 아직도 매우 빈약하다는 점이다. 국회가 정부안보다 더 우수한 법률안을 발의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효과적인 대행정부 감시·감독이 아닌 ‘발목잡기’에 주로 천착해 온 것 역시 실은 이러한 권한과 자원의 불일치로부터 기인한 바 크다. 그럼에도 반의회 정서가 유독 강한 한국적 현실 속에서, 국회의원 정수 증대를 포함해 국회 측에 인적·물적 자원을 추가로 부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개헌이 성사되기 어려운 만큼이나 사후 과제들 또한 간단치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해소해나가자면, 여전히 아쉽고 부족한 점이 많지만, 결국은 대의기관인 국회로부터 그 해결책이 도출될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대략 3개월 뒤 대선이 끝나면 그게 누구든 다수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이가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이 될 것이다. 비록 누가 대통령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누가 되든 이 시점에 한 가지 바람만은 분명하다. 부디 대선 과정에서 논의됐던 개헌 및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소중한 문제의식들이 다시금 사장되지 않은 채 보다 완성된 형태의 개헌안으로 합의되고 또 다듬어져 실제 추진되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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