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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ul 23, 2021

국회 국민동의청원, 내 목소리를 국회에 전달할 수 있을까

30일 내 10만 명 청원 겨우 성립시켜도 심사에 손 놓아버리는 국회

 

국회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  국회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이전에는 길거리에 나가 시민 한 분 한 분께 인사드리며 취지를 설명하고 수기 서명을 받아 국회의 입법을 촉구하곤 했었는데요. 지난 20대 국회가 전자청원시스템인 국회 국민동의청원제도를 도입한 뒤부터 시민이 직접 온라인으로 청원을 할 수 있는 <국민동의청원>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그냥 서명과는 다르게 이제 국회는 시민의 청원을 심사해야 의무를 지게 된 것이고, 시민은 온라인으로 보다 편리하게 청원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국민동의청원 절차는 이러합니다. 30일 이내 100명의 찬성을 받아, 청원 요건 심사 후 공개되면 90일 이내 10만명의 동의를 받으면 청원이 ‘성립’하고, 국회는 이를 심사하게 됩니다.  

 

국민동의청원제도가 도입된 지 일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제도가 국민의 목소리에 대해 국회가 제대로 답할 수 있도록, 실질적 청원권 보장을 위해 나아갈 방향을 나누고자 시민단체들이 함께 공론장을 마련했습니다.

 

국회 입법조사처 연구원으로부터 국민동의청원 도입 후 1년 반 동안의 현황을 살펴보고, 국민동의청원으로 10만 명의 성립을 이끌어본 단체 대표자 3분을 모셔서 사례를 들어보았습니다. 그리고 국민동의청원의 개선점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연구자 3분을 모셔 제언을 나누었습니다. 

 

국민동의청원 시행 후 1년 반, 청원 시도만 약 2,800건. 근데 성립은 25건 뿐?

국회 국민동의청원 제도가 시행된 2020년 1월 10일부터 2021년 6월 30일까지 2,800여 건의 청원이 접수되었습니다. 그 중 ‘30일 내 10만 명’ 동의로 성립된 청원은 25건(20대 10건, 21대 25건) 뿐입니다. 또한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청원이 공개되려면 ‘30일 내 100명’의 공개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이를 얻지 못한 청원이 총 2,728건으로 압도적 비율을 차지합니다. 30일 내 100명의 공개 찬성을 얻었더라도 국회 소관 사항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불수리된 청원이 51건, 국회 수리 사항임이 확인되었더라도 ‘30일 내 10만 명’ 동의를 얻지 못해 미성립된 청원이 194건에 불과합니다. 도대체, 국회 국민동의청원 제도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걸까요?

 

문제점 1. 국민동의청원, 하려고 보니 너무 어렵다!

국민동의청원, 막상 하려고 보니 복잡한 인증절차를 거쳐야 한다거나 오류로 인해 동의를 못하신 적 있으신가요? 발표자 세 분도 시민이 청원이 어렵다고 호소하거나, 지속되는 오류에 답답함을 표현할 때마다 곤혹스러웠다고 토로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민동의청원을 주도했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장예정 공동집행위원장은 “당시 차별의 경험을 가진 당사자의 관심이 높았는데, 국민동의청원 제도의 접근성에서 아쉬운 대목들이 보였다.”면서 “청원을 하고자 본인인증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핀을 발급받아야 하는데, 영사관 또는 대사관을 방문하여 접수하는 등 굉장히 번거로운 작업을 거친다. 또한 휴대폰의 경우 경제적 이유로 개통을 못하거나 노인, 어린이 혹은 청소년은 자녀나 부모님 명의로 개통되어 본인인증이 불가한 경우가 생긴다”며 다양한 본인인증 방법이 마련될 것을 촉구했습니다. 

 

전태일3법 국민동의청원을 주도했던 민주노총 이정희 정책실장은 “​​청원하고자 하는 법률 제개정안에 대한 홍보와 교육보다 참여자에게 서명 방법을 안내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다.”며 국회가 모바일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만 하는데도 서명 방법을 쉽게 안내하는 동영상이나 이미지 해설도 제공되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세월호 관련 국민동의청원을 주도했던 4.16연대 이영란 사업국장은 “일반적인 동의서명 과정에서 유효한 서명임을 확인하기 위해 요구되는 정보는 성명, 생년월일, 주소, 서명 연월일, 이 4가지이지만, 그런데 국민동의청원은 여기에 불필요한 성별 정보, 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강제적으로 제출해야 한다”며 중요한 개인정보 누출 위험뿐만 아니라 본인확인에서 성별정보를 취급하는 문제 등 인권침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문제점 2. 국민동의청원 성립을 위해 ‘30일 내 10만 명’ 동의는 문턱이 너무 높다!

20대 국회 국회운영위원회 회의에서는 김현아, 제윤경 전 의원이 무분별한 청원 난립을 우려하며 청원 성립 기준을 당시 국회혁신자문위원회가 제안했던 ‘90일 내 5만 명'에서 ‘30일 내 10만 명'으로 높이자는 제안에 따라 국민동의청원의 성립 문턱이 덜컥 높아져버렸습니다.

 

손우정 연구위원이 소개한 해외의 청원 공개와 성립 기준과 비교해보면 한국의 청원 공개와 성립 기준은 터무니없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공개되기 위해서 한국은 비공개 링크를 통한 100명의 공개 찬성 서명을 얻은 뒤 국회 수리 사항인지 심사를 거쳐야 하는 반면, 영국의 경우 5명의 찬성, 독일의 경우 청원위원회의 심의만 거치면 바로 공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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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청원 성립 기준과 해외 청원 기준 비교 (출처 : 손우정 발표문)

 

그렇기에 손우정 연구위원은 한국 또한 “우선 공개 시 필요한 동의 서명 기준은 5명 정도로 낮추되, 청원 불수리사항을 명확하게 적용하면 될 것”이라며 청원 공개 요건의 완화를 주장했습니다. 또한 “지방자치에서 조례의 제정·개정·폐지를 청구하는 경우 서명 기간은 광역의 경우 6개월, 시군구의 경우 3개월을 보장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4주의 기간은 지나치게 짧다”며 “안건 발의에 필요한 동의 서명은 3만~5만 명 수준으로 대폭 조정하고, 서명 기간도 3~6개월 이상으로 허용해 충분한 동의 확보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며 청원 성립 요건의 완화도 주장했습니다. 

 

문제점 3. 겨우 30일 내 10만 명 성립했더니, 국회가 심사를 안 한다!

‘30일 내 100명'의 청원 공개 찬성을 얻고 난 뒤, 다시 ‘30일 내 10만 명'의 동의를 얻고서야 성립된 청원은 국회가 심사하게 됩니다. 그러나, 현행 국회법 제126조 제6항은 장기간 심사를 요하는 청원으로서 (...)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원회의 의결로 심사 기간의 추가연장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해 국회가 청원안에 대한 심사를 무기한 연장할 수 있습니다. 국회가 청원에 대해 심사를 하더라도 청원인의 진술권은 온전히 보장되지 않아 청원 취지나 내용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할 기회가 생략되고 마는데요.  

 

이에 손우정 연구위원은 “무기한 심사 연장이 가능한 조항은 과감하게 삭제하여 국민동의청원의 실효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또한, 소위원회 심사 중, 또는 본회의에 부의된 청원안이 국회의원 임기만료로 폐기될 경우, 차기 국회 담당 소위원회에서 청원의 동의 서명을 유효한 것으로 판단하고 재심의하거나 의원소개청원이나 의원발의의 형식을 빌려서라도 실질적인 심의가 계속되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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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국민동의청원 단계와 그에 따른 개선점 (출처 : 서복경 발표문)

 

또한 진행 중인 청원에 대해서 서복경 교수는 “국회는 일정 경과 기간마다 청원안의 처리과정 및 논의현황에 대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함으로써 청원인 및 관심을 가진 일반 시민들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해 청원안 처리 지연을 국회의 의무방기나 의지부족으로 이해해 국회 불신을 높이게 하는 일을 선제적으로 해소해나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재발견 1. 국민동의청원은 개인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정치사회적 의제로 형성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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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국민동의청원 진행 흐름 (출처 : 서복경 발표문)

 

서복경 교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의 과정을 (1)청원인이 의견 및 주장 등록 후 ‘30일 이내 100명 찬성’을 얻는 과정인 ‘시민들의 정치표현 단계’, (2)시민사회의 다양한 의제들이 공론장에 등장하고 찬성과 반대의견이 쟁론할 기회가 만들어지는 ‘정치사회적 의제형성 단계’, (3) 성립된 청원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국회에서의 의제심의 단계’의 3단계로 나누어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의원소개 청원은 개별 시민이나 단체가 의원과 직접 소통하고 청원을 접수하게 되지만, 국민동의청원은 공개 이후부터 제도권 언론이나 SNS를 통해 정보가 확산되고, 정보확산의 주체가 최초 제안자나 제안단체의 범위를 넘어선 다양한 개인이나 단체가 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30일 이내에 10만명 동의’ 요건을 충족하느냐와는 별개로, 특정 의제를 둘러싼 의견을 보다 폭넓게 확인할 수 있는 기회, 찬반 의견의 교차 표명이나 의제의 구체화 과정에서 의제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시민사회의 정치적 의제 형성 능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발견 2. 국민동의청원을 시작으로 국회는 국민공론장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권오현 대표는 “국민공론장이라는 비전과 그에 적합한 다양한 시민 협력 및 디지털 전략은 이미 다양하게 존재한다. 특별히 국민동의청원제도를 시작점으로 국회가 향하는 비전은 무엇인지, 어떤 시민 협력 전략을 취하고 있는지, 다른 디지털 전략과 맞물려서 작동하는지, 무엇보다도 통합된 비전, 전략이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고, 사회적으로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손우정 연구위원은 “청원 그 자체의 성격이 국민발안제처럼 제안된 법안의 결정에까지 국민의 권한이 미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의회에 어떤 사항의 실행이나 법률 제정을 요청하는 수준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그 한계는 명확하다. 일각에서는 국민청원이 대의민주주의 시스템 안에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통합했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국민의 결정 권한이 전혀 없는 청원제도를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라고 보기는 어렵다. 청원제의 직접민주주의적 성격은 제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이르는 과정에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국회가 어떤 법안을 보다 시급하게 논의하고 처리해야 하는지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며, 그 우선순위를 공론화할 수 있는 장이 바로 국민동의청원입니다. 국회가 국민공론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국민동의청원은 보다 활성화되고, 국회는 심사를 강화해 시민으로 하여금 청원 효능감이 느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응답하라, 국회!

이번 토론회는 국회의원 박주민, 고영인, 김용민, 양경숙, 장경태, 조오섭, 최혜영 의원과 국민동의청원제도개선시민사회TF가 함께 기획했습니다. 청원 과정에서 느낀 어려움과 대안을 국회에 전달했으니, 이제는 국회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국민동의청원은 시대적으로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국민적 이슈가 국회에 더욱 많이 전달하기 위한 도구이고, 국회는 이에 대해 심도있게 심사하여 입법적 대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물론, 국회가 국민의 청원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국회법>과 <국회청원심사규칙>을 개정하는 것도 당연하겠지만요.

 

본 기고글은 오마이뉴스(클릭)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본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국민동의청원제도개선시민사회TF는 오마이뉴스에서 <국민동의청원이 왜 이래> 시리즈(클릭)를 연재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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